필자는 빨래 건조기에 살짝 미쳤었다. 그리고 여러 대를 미친 듯이 사용해 보다가 건조기에 대한 답을 대충 내놓게 되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큰 건조기를 사용하고, 최소 '히트펌프' 이상 기능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라고 정리했다.
건조기는 이거 꼭 명심하자, 글 읽어보기 - 2023.04.24 - [분류 전체 보기] - 빨래 건조기 고민? 건조기만 열 대 써본 리뷰
문제는 그래도 큰 건조기(9kg급 이상)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공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건조기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에는 그런 큰 기계를 집안에 들이고 싶지 않아 할 때도 있다.
필자는 원룸에 사는 동안에도 그 편리함 때문에 무리해서 9kg급 기계를 넣고 사용했다. 건조하는 시간 동안 공기가 탁해지지만, 외출을 하면서 돌리면 됐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9kg급부터는 드럼 세탁기 크기가 되기 때문에 사실 조금 크긴 했다.
이런 공간 사용이 부담스러울 경우에는 미니 건조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미니 건조기를 사용하며 느꼈던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다.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건조기 판매 회사들이 이 글에 테러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미니 건조기를 구입할 때 이 내용들은 분명 기억하길 바란다.
미니 건조기의 건조량은 정말 작다. 근데, 그래서 원룸에서 쓰지 못한다.
통상 4-5kg 급의 건조기를 미니 건조기라고 부른다. 상세페이지 상으로는 수건 4-5장과 속옷을 건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수건 4-5장과 속옷이라고 하면, 사실 일반 세탁기를 돌리기 부담스럽다.
오피스텔과 같은 원룸에 설치된 드럼세탁기가 약 8-9kg 급임을 감안할 때, 세탁기 1/4 정도만 채우고 돌리는 수준이다. 오히려 이 정도 양이면 아기용 세탁기나, 손빨래를 해야 할 양이다. 그래서 보통 미니 건조기를 사용할 때 더 많은 빨래를 넣게 된다.
이렇게 해서 미니 건조기의 적정 건조량을 넘어서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바로 미니 건조기의 배기방식에 따른 과습현상이다.
원래 미니 건조기에는 빨래를 절반 이상을 넣지 말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명시된 양을 넣어도 꽤나 습기가 많이 뿜어져 나온다. 왜냐하면 습기 배출 방식이 배기관만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히트펌프 방식이 아니라, 히터방식으로 말리는 제품이다 보니 안에서 발생하는 습기를 배기구로 발산시킨다.
이 덕분에 원룸 내에서 이를 사용하게 되면 온 방안에 있는 침구와 옷들이 축축해지는 기적을 맛보게 된다. 원룸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상 원룸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는 기계다. 그러다 보니 기계를 화장실로 옮겨서 사용하거나, 베란다에 놓고 써야 한다.
오히려 9kg 이상의 건조기는 실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미니 건조기는 그 용량이 적다 보니 무조건 별도의 공간이 있어야 사용할만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시중의 미니 건조기는 대부분 같은 제품이다.
미니 건조기는 대부분 중국 OEM 제품을 브랜드만 바꿔서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건조의 민족이라는 브랜드나, 위니아나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씩 자기 노하우를 추가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미니 건조기를 중국에서 가져오는 이유는 당연히도 '잘 안 팔려서'다. 건조기가 필수적인 가전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당연히도 시장에서는 큰 제품을 선호한다. 그래서 미니 건조기는 중국 제품을 가져와서 브랜드만 바꿔서 파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다 똑같은 '필터 교체 방식' 제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므로 미니 건조기를 선택할 때에는 그냥 '가격'을 보고 선택해도 된다. 필터 교체 방식의 제품에서는 모두 동일한 히터방식을 사용하며, 전자식 시간 설정인지 수동 시간설정인지 여부만 다르다. 살균 램프 탑재가 된 제품도 있지만, 해당 기능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필터'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반드시 '영구 필터 방식'을 고르도록 하자.
건조기에는 건조 공기가 순환하면서 빨래의 먼지들을 걸러내는 필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9kg 이상 급의 건조기에서는 촘촘한 영구 필터에 낀 먼지만 제거하고 다시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미니 건조기에서는 대부분 이 필터를 1회용 부직포 필터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니 건조기도 필터 세척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약 30만 원 후반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필터 교체 방식의 경우에는 20만 원 후반에서 30만 원 초반에 판매가 되고 있지만, 두 제품의 유지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제품 설명을 통해 보면, 필터는 여러 번 사용하고 교체할 수 있을 것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막상 사용해 보면, 해당 필터는 부직포 재질로 되어 있어 2-3회가량 건조 후 먼지를 제거하고 나면 필터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 빨래에 먼지가 묻지 않도록 유지하려면 2-3회 건조 후에는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 필터 가격이 크게 비싼 편은 아니지만, 해당 필터를 꾸준하게 사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건조 비용이 추가되는 꼴이다.
그래서 미니 건조기 제품들이 모두 '동일'하더라도, 필터를 교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터를 세척할 수 있는 영구 필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면, 과감히 해당 제품을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미니 건조기도 소음은 꽤나 있고, 크기도 꽤나 크다.
아무리 건조기 크기가 작아진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 열을 내며 돌아가기 때문에 소음이 있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층간소음에 취약한 방에서 늦은 시간에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미니라고 불리고 있어도 약 20kg 전후의 무게의 제품들이기 때문에, 제품을 쉽게 옮기기란 어렵다. 앞서 화장실에 놓고 옮기며 쓰는 방식도 이야기하였지만, 이렇게 되기 시작하면 빨래 자체가 너무나 고된 일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미니 건조기를 옮기며 사용해야 되는 그런 경우는 가급적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미니 건조기에 대해서는 다음 내용만 기억하면 좋다.
- 원룸에 살고 있더라도, 베란다와 같은 별도 공간이 있을 때 사용할 것.
- 모두 똑같은 중국 OEM 제품이기 때문에, '영구 필터'를 쓰는 제품 중에서 저렴한 것을 살 것.
- 생각보다 크기도 크고, 소음이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할 것.
- 필터를 교체하며 사용하는 제품은 사용하지 말 것.
물론, 미니 건조기를 살 것이라면, 이왕하는거 최소 9kg 급 이상의 대형 제품을 사는 것을 더 추천한다.